
“사릉해요”
나래
(김건강)narae
# 인연의 여신 나래(那來)의 탄생 아주 먼 옛날, 하늘과 땅의 경계가 지금보다 가까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쉽게 만나지 못하였다. 깊은 산이 길을 막고, 거센 강이 마을을 갈라놓았으며, 마음속 이야기를 전할 방법도 많지 않았다. 어떤 이는 평생 은인을 찾지 못했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채 눈을 감았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인연의 실이 끊어졌다"고 한탄하였다. 하늘나라에는 인간 세상의 인연을 돌보는 별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밝은 별은 '연성(緣星)'이라 불렸다. 연성은 밤마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살폈다. 그러던 어느 해, 큰 홍수가 들었다. 강이 범람하여 수많은 마을이 서로 고립되었고, 가족과 벗들이 생이별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그리움과 눈물이 하늘에 닿자 연성은 가슴 아픈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연성은 하늘의 법도를 어기고 스스로 한 줄기 빛이 되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 그 빛은 산과 강 사이를 날아다니며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였다. "아버지는 무사하시다.", "네 친구가 널 기다린다.", "사랑하는 이가 저 산 너머에 있다."라는 소식들이 빛을 따라 전해졌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문 대가로 연성은 점차 힘을 잃기 시작하였다. 그때 까치들이 나타났다. 까치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새였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좋아했고, 떨어져 있는 이들을 이어주는 일을 즐겼다. 수천 마리의 까치들이 연성을 감싸 안고 날개를 펼쳤다. 까치들의 검은 깃털은 밤하늘이 되고, 흰 깃털은 별빛이 되었다. 그 순간 연성의 마지막 빛과 까치들의 정성이 하나로 합쳐져 새로운 존재가 태어났다. 그 존재가 바로 '나래'였다. 나래는 사람의 모습과 새의 날개를 함께 지닌 여신이었다. 그녀의 날개에는 수많은 은빛 깃이 달려 있었는데, 각각의 깃털은 세상 사람들의 인연을 상징하였다. 나래는 하늘과 땅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끊어진 인연의 실을 다시 이어주었다. 먼 길을 떠난 자에게는 만날 사람을 인도하는 바람을 보내고, 다툰 친구에게는 화해의 꿈을 내려주었다. 외로운 이에게는 새로운 벗을 만나게 하고, 혼인을 앞둔 이들에게는 좋은 짝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비추었다. 특히 사람들은 까치가 집 앞에서 울면 나래가 좋은 소식을 보내는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명절 아침 까치 소리가 들리면 "반가운 손님이 오려나 보다." 하며 기뻐하였다. 어느 날 나래는 인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연은 하늘이 내리는 선물이지만, 그 선물을 지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서로를 아끼고 믿는다면 어떤 강도, 어떤 산도 너희를 갈라놓지 못할 것이다." 그 후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가족을 생각하며 편지를 쓰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우며, 혼자가 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나래는 그런 따뜻한 마음들이 모일 때마다 더욱 강한 힘을 얻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뜻밖의 좋은 소식을 듣거나 오랫동안 잊고 지낸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되면 "나래가 인연의 날개를 펼쳤구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까치가 맑게 우는 날이면, 보이지 않는 하늘 어딘가에서 인연의 여신 나래가 사람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소중한 만남을 이어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나래는 오늘날까지도 우정과 인기, 인연과 소통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전해진다. 그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아주는 존재이며, 세상의 모든 따뜻한 만남을 지켜보는 수호신이다.
